자작나무숲이라 부른다 / 김윤배
광활한 대지를 점령한 자작나무숲
이제 나는 세상을 점령한 모든 것들을
자작나무숲이라 부른다.
산하를 은빛으로 점령한
달빛이 자작나무숲이고
내 생을 피멍울로 점령한
네가 자작나무숲이다.
나는 자작나무숲을 전사라고 부르지 않았다.
광활한 대지를 점령하고 그곳에
느리게 흐르는 강물 뿌리던 자작나무숲.
먼 지평선을 이룬 녹색의 침묵
그 팽팽한 시간 위에 나를 세우고
자작나무숲은 순백의 영혼으로
내 안에 들었다 자다 깨도 자작나무숲은
내 안에서 광활했다.
여름은 짧아 백야를 건너는 야생화
너 나를 몇 번이고 벨 수 있니
뿌리의 속삭임 꽃잎마다 채울 때
자작나무숲은 대지를 깨웠다.